'춘향전'의 제작자인 영일(김일해 분)은 장곡천정 신작로에서 안나('춘향전'의 춘향역/백란)를 우연히 만난다. 영일은 안나와 함께 장곡천정에서 장충단공원까지 동행한다. 영일은 안나가 애인이었던 레코드회사 부장이자 영화스폰서인 한계수(김한/김인규 분)와 헤어지고 멀리 떠날 것이라는 말을 듣고 놀라게 된다. 장충단공원 옆 박문사 석고각에서는 스탭과 배우들이 촬영 준비가 한창이다. 감독은 춘향역의 안나가 펑크를 내고 사라졌다는 얘기를 듣게 되고 스탭과 배우들은 촬영현장에서 철수한다.
장곡천정 신작로에서 안나를 만나는 영일
안나를 만난 영일은 '쇼핑 가세요?'라고 묻고 안나도 '네, 살게 있어서..'라고 답한다. 아마도 인근에 있는 본정의 미쓰코시나 미나카이, 히라다나 장곡천정 신작로 끄트머리, 남대문통에 면해 있는 정자옥丁字屋으로 쇼핑을 하러 나온 듯하지만 어쩐지 방향은 정반대로 향하고 있다.
영일과 안나는 신작로(1936년 완공, 지도 청색 화살선 범위)를 산책하며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아래 장면과 같이 조선호텔 담장 뒷편으로 낯선 빌딩이 눈의 띈다. 위치상으로 남대문통에 면한 조선신탁주식회사(해방후 한일은행 본점) 건물(1937년 완공) 뒷편에 위치한 이 빌딩은 장곡천정 21번지 소재 지상 6층의 부사富士빌딩으로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일본인 회사 소유로 기록되어 있으며 10여개 이상의 회사들이 임차하여 사무실과 창고공간으로 이용되었다. 아래 장면처럼 영일과 안나가 신작로에 면한 조선호텔 담장을 따라 걷는 길 뒷편으로 부사빌딩이 나타나며 (남대문통을 기준으로) 그 앞에 있던 조선신탁주식회사 건물(철탑이 있는 건물)도 일부 보인다. 태평통2정목에서 시작되는 이 신작로는 남대문통을 가로 질러 명치정을 관통하는 또다른 신작로와 함께 경성의 간선도로 역할이 부여되었다(아래 동아일보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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