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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몽 (11)] 정희의 사고현장

category 영화와 경성 2020. 6. 6. 11:22

1. 애순의 딸 정희네 반 수업. 훈도(나웅 분)가 사거리 약도를 그리고 그 옆에 한자로 '주의'라고 쓴 칠판 화면이 보인다. 

훈도: 너희들 가운데서 자동차나 전차에 치인다면 누가 제일 서러워 하겠니? (정희가 번쩍 손을 든다) 정희야 대답해봐.
정희: 어머니 아버지요
훈도: 그렇지. 그런데 만약 불행히 너희들이 죽는다거나 병신이 된다면 너희 부모 되시는 분은 자기가 아픈 것보다 더 아파하시고 애타하실 것이지. 그렇지? (학생일동 "네") 자동차 같은 것이 지나갈 때에는 빨리 그 앞을 피할 생각은, 달아날 생각 말고 꼭 그 앞에 서 있어야 한다. (학생일동 "네")

 

이 장면은 영화 '미몽'이 통속적인 '불륜멜로' 영화가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영화 미몽을 소개하는 조선일보에는 '교통영화'로 소개되고 있다. 

 

▲ 개봉예정인 '교통영화' 미몽 (조선일보 1936.7.3.)

 

2. 이런 수업이 있고 얼마 후 정희는 시내에서 교통사고를 당한다. 부민관 무용발표회를 마친 조택원 일행이 열차편으로 순회공연을 떠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애순은 택시를 잡아타고 이들을 부리나케 쫓아간다. 애순은 시간이 늦어 경성역을 지나 용산역으로 향하는 열차를 따라가며 운전수에게 과속을 요구한다. 그러다 경성역과 용산역 사이에 있는 열차선로 밑 굴다리 앞에서 지나가는 정희를 애순이 탄 택시가 치게 된 것이다. 당시 경성역과 용산역 사이에는 여러 개의 굴다리를 지도 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쟁을 겪으면서 당시와 같은 굴다리 모양은 찾기 어렵지만 '정희가 차에 치인 현장'이 어디인지 확인할 수 있다. 단서는 아래 사진 왼쪽에 있는 작은 건물이다. 이 건물은 시내 요지에 있던 (경관)파출소[지도에서 示로 표시]이다. 경성역에서 용산역 사이의 굴다리 입구에 위치한 유일한 파출소이기도 하다. 

 

▲ 정희의 사고현장 (영화 '미몽' 중에서)
▲ 정희의 사고현장 (2020.3. 카카오맵 로드뷰)

 

▲ 정희가 치인 위치 (현 청파동입구교차로 부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