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 - 도시와 유령
어슴푸레한 저녁, 몇 리를 걸어도 사람의 그림자 하나 찾아볼 수 없는 무아지경인 산골짝 비탈길, 여우의 밥이 다 되어 버린 해골 덩이가 똘똘 구는 무덤 옆, 혹은 비가 축축이 뿌리는 버덩의 다 쓰러져가는 물레방앗간, 또 혹은 몇 백 년이나 묵은 듯한 우중충한 늪가! 거기에는 흔히 도깨비나 귀신이 나타난다 한다. 그럴 것이다. 고요하고, 축축하고, 우중충하고, 그리고 그것이 정칙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그런 것을 본 적은 없다. 따라서 그런 것에 관하여서는 아무 지식도 가지지 못하였다. 하나 나는 -자랑이 아니라- 더 놀라운 유령을 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적어도 문명의 도시인 서울이니 놀라웁단 말이다. 나는 그래도 문명을 자랑하는 서울에서 유령을 목격하였다. 거짓말이라구? 아니다. 거짓말도 아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