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림 - 청량리
때때로 나는 서울을 미워도 하다가 그를 아주 버리지 못하는 이유의 하나에는 그는 그 교외에 약간의 사랑스러운 산보로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들어 있다. 산보는 군의 건강에는 물론 사상의 혼탁을 씻어버려 주는 좋은 위생이기도 하다. 몸만 허락하면 매일이라도 좋지만 비록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 아침에라도, 동대문에서 갈라져 나가는 청량리행 전차를 잡아 타기를 나는 군에게 권고하고 싶다. 왜 그러냐 하면 그 종점은 내가 사랑하는, 그리고 군도 사랑할 수 있는 가장 아담한 산보로의 하나를 가지고 있는 까닭이다. 우리는 종점에서 전차를 내려서 논두렁에 얹힌 좁은 길을 따라가면 북으로 임업시험장[홍릉수목원] 짙은 숲속에 뚫린 신작로에 쉽사리 나설 수가 있다. 세상소리와 흐린 하늘을 피하여 우리는 숲속에 완전히 몸을 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