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斷髮
"그게 을미년이니까 지금부터 치자면 서른아홉 해 전이렷다." 노인은 이야기를 시작한다. "당시 내무대신이 지금 후작 박영효였느니…… 관비 동경 유학생을 뽑는데 지원자가 천여 명이라……." "무려 천여 명이로군요." "나두 나중이야 어찌 됐든지 지원을 하지 않었겠소." "그때 최주사께서는 무얼 하구 계셨습니까?" 흰 두루마리가 팔짱을 끼며 묻는다. " 그때요? 경무청에 다녔지요. 내가 경무청 순검이라오. 이때나 그때나 순검이 호기는 있었지요. 그래 시험을 보지 않았겠소. 지원자는 천여 명인데 뽑기는 백 명을 뽑는구먼. 일인日人 의사가 온통 빨거벳겨 놓구 신체검사를 허구, 거기서 뽑힌 놈을 일제히 또 작문을 한 장씩 짓게 하는데 전라도 문자로 어떻게 이까짓 놈두 한몫을 꼈구려." "최주사께서 이발을 그때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