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섭 - 산보와 산보술散步及散步術
사람이란 간헐적으로 자기가 가지고 있는 직업의 중압감으로부터 자기를 일단 해방시킴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듯하다. 그러기에 더러는 혼자도 있어 보고 싶은 욕망이 머리를 들 때가 있다. 그러기에 더러는 이 고달픈 현실을 떠나 어딘지 남모르는 곳에 도망가고도 싶은 생각이 가슴을 물 때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물론 우리가 어느 곳에 피신함으로써 우리의 열렬한 정조의식을 확보할 수 있을까를 알지 못한다. 하여간 이 모든 세력 범위를 떠나서 우리는 한번 가보았으면 할 따름이다. 먼 곳에 그리운 산수가 빛나고 있고 웅장한 삼림이 손짓하고 있음을 우리는 아는 까닭이다. 그러나 녹음 속에 그늘을 더듬는 단 두어 날의 나그네가 되기에도 우리는 다음 날의 의무에 목매여 있는 자기를 반성치 않을 수 없는 몸이다. 참으로 여행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