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오 - 창랑정기滄浪亭記
창랑정이란 대원군 집정시대에 선전관으로 이조판서 벼슬까지 지내던 나의 삼종 증조부 되는 서강대신 김종호가 세상이 뜻과 같지 않아 쇄국의 꿈이 부서지고 대원군도 세도를 잃게 되자 자기도 벼슬을 내놓고 서강-지금의 당인정 부근-강가에 있는 옛날 어떤 대관의 별장을 사 가지고 스스로 창랑정滄浪亭이라 이름 붙인 후 울울한 말년을 보내던 정자 이름이다. 내가 처음 창랑정을 갔던 것은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으나 일곱 살이나 잘 해야 여덟 살 먹었을 적이었으니까 이럭저럭 스물 일여덟 해 전 일이다. [1920년 이전] 이른 봄─ 봄이라도 냉이 순이 파릇파릇 내밀 무렵이었으니까 삼월 중순이나 하순께쯤이었을까. 나는 아버지를 따라 그곳에 가서 며칠 동안을 지낸 것이었다. 그 며칠 동안에 보고 듣고 한 기억이 이상스레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