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보씨의 득남
도하都下[서울 장안]에 한 관상자觀相子 있어 일찍이 내 상을 보고 이르되, "면사귤피面似橘被하니 득자필만得子必晩이라." [얼굴이 귤껍질 같으니 아들은 필히 늦게 얻으리라] 하였더라. [...] 이래 십 년 한결같이 성현의 가르치심을 본받아 덕을 닦고 배움을 힘씀이 오직 실적은 없이 이름만 헛되어 전할까 저어함이러니, 뉘 능히 뜻하였으리오, 상모狀貌 귤피와 같음은 겸하여 득자의 필만必晩할 것을 알겠노라 하니, 인인군자仁人君者됨이 또한 어렵도다. 그러나 이미 하늘이 정하신 바를 내 감히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허물하리오. 내 실인室人[아내]이 연달아 두 번 딸[설영, 소영]을 낳으며 아직 아들은 없으되, 내 그를 죄주지 않고 더욱 인격 연마에만 전심하니 비록 그 소문이 밖에 들리어 인근이 모두 내 덕을 일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