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과 축음기
도서관에서 나와서 어디 가 차나 먹을까 하고 진고개로 향하였다. 병화 생각도 나기는 하였지만 병화를 끌면 또 술을 먹게 되고 게다가 사람을 꼬집는 그 찡얼대는 소리가 머릿살도 아파서 혼자 조용히 돌아다니는 편이 좋았다. 우선 책사에 들어가서 책을 뒤지다가 잡지 두어 권을 사들고 나와서 복작대는 거리를 예서 제서 흘러나오는 축음기 소리를 들어가며 올라갔다. (염상섭, 『삼대』, 1931) ** 사람들은 인생에 피로한 몸을 이끌고 이 안으로 들어와 2척×2척의 등탁자를 하나씩 점령하였다. 열다섯 먹은 '노마'는 그 틈으로 다니며, 그들의 주문注文을 들었다. 그들에게는 '위안'과 '안식'이 필요하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어린 노마에게 구한 것은 한 잔의 '홍차'에 지나지 못하였다. 그들은 그렇게 앉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