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전선 이상없다
동경이 가을이다. '간다神田' 어느 철물전에서 한 개의 네일 클리퍼를 구한 구보는 '진보초神保町, 그가 가끔 드나드는 끽다점을 찾았다. 그러나 유식을 위함도 차를 먹기 위함도 아니었던 듯싶다. 오직 오늘 새로 구한 것으로 손톱을 깎기 위하여서 만인지도 몰랐다. 그중 구석진 테이블. 그 중 구석진 의자. 통속 작가들이 즐겨 취급하는 종류의 로맨스의 발단이 그곳에 있었다. 광선이 잘 안 들어오는 그곳 마룻바닥에서 구보의 발길에 채인 것. 한 권 대학 노트에는 ‘윤리학’ 석자와' 임姙'자가 든 성명이 기입되어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죄악일 게다. 그러나 젊은이들에게 그만한 호기심은 허락되어도 좋다. 그래도 구보는 다른 좌석에서 잘 안 보이는 위치에 노트를 놓고, 그리고 손톱을 깎을 것도 잊고 있었다. 제1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