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림 - 기상도氣象圖 /쇠바퀴의 노래
하나 이윽고 태풍이 짓밟고 간 깨어진 메트로폴리스에 어린 태양이 병아리처럼 홰를 치며 일어날 게다 하룻밤 그 꿈을 건너다니던 수없는 놀램과 소름을 떨어버리고 이슬에 젖은 날개를 하늘로 펼 게다 탄탄한 대로가 희망처럼 저 머언 지평선에 뻗히면 우리도 사륜마차에 내일을 싣고 유량한 말발굽 소리를 울리면서 처음 맞는 새 길을 떠나갈 게다 밤인 까닭에 더욱 마음 달리는 저 머언 태양의 고향 끝없는 들 언덕 위에서 나는 데모스테네스보다도 더 수다스러울 게다 나는 거기서 채찍을 꺾어 버리고 망아지처럼 사랑하고 망아지처럼 뛰놀 게다 미움에 타는 일이 없을 나의 눈동자는 진주보다도 더 맑은 샛별 나는 내 속에 엎드린 산양山羊을 몰아내고 여우와 같이 깨끗하게 누이들과 친할 게다 나의 생활은 나의 장미 어디서 시작한 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