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李箱의 의자
내가 이상을 안 것은 그가 아직 다료茶寮 '제비'를 경영하고 있을 때다. 나는 누구한테선가 그가 고공건축과高工建築科[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 출신이란 말을 들었다. 나는 상식적인 의자나 탁자에 비하여 그 높이가 절반 밖에는 안 되는 기형적인 의자에 앉아 집 안을 둘러보며 그를 괴팍한 사나이다 하였다. (박태원, '이상의 편모', 『조광』, 1937.9.) ** 나는 이상李箱을 보러 매일같이 제비를 찾으면서도, 그러한 까닭으로 하여 그곳에서는 즐겨 '가배'도 '홍차紅茶'도 마시지 않았다. 그러나 공교로웁게 이상이 밖에 나가고 없을 때, 언제 돌아올지 알 수도 없는 벗을 담배만 태고 앉아 기다리는 수는 없었다. 그런 때, 나는 한 푼의 백동화白銅貨를 수영이에게 내어주고 말한다. "너, 사과 좀 사오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