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과 교회
해가 인왕산 마루턱에 걸렸다. 종로 전선대 그림자가 길게 가로누웠다. 종현 천주당[명동성당] 뾰족탑의 유리창이 석양을 반사하여 불길같이 번적거린다. (이광수, 『무정』, 1917) ** 아침 여섯시면 종현鐘峴 천주교당에서 으례 종소리가 울려왔다. 뎅-뎅…… 단조한 금속의 소리나, 고통과 원망과 고독과 피곤으로 찬 송빈이의 귀에는 그냥 최고 최대의 음악이었다... 송빈이의 마음은 무엇에나 의지부터 하고 싶었다. 송빈이는 하루 아침 다섯시에 일어났다. 아침 미사종이 울리기 전에 천주교당으로 올라 왔다. 처음 와 보는 데다. 거의 남산의 중턱만큼이나 높은 지대여서 장안이 눈 아래 즐비하게 깔린다. 교당은 가까이 와보니 높으다는 것보다는 장엄스러운 편이다. 서울의 여명黎明은 먼저 이 교당 첨탑에 비치는 것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