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외순환선
어제 경성역으로 부터 신촌 오는 기동차에서다. 책보를 메기도 하고, 끼기도 한 소녀들이 참새 떼가 되어 재잘거리는 틈에서 한 아이는 얼굴을 무릎에 파묻고 흑흑 느껴 울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우는 동무에게 잠깐씩 눈은 던지면서도 달래려 하지 않고, 무슨 시험이 언제니, 아니니, 내기를 하자느니 하고 저희끼리만 재깔인다. 우는 아이는 기워 입은 적삼 등허리가 그저 들먹거린다. 왜 우느냐고 묻고 싶은데 마침 그 애들 뒤에 앉았던 큰 여학생 하나가 나보다 더 궁금했던지 먼저 물었다. 재재거리던 참새 떼는 딱 그치더니 하나가 대답하기를 "걔 재봉한 걸 잃어 버렸어요." 한다. "학교에 바칠 걸 잃었니?" "아니야요. 바쳐서 잘 했다구 선생님이 칭찬해주신 걸 잃었어요. 그래 울어요." 큰 여학생은 이내 우는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