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다방 수영이
"어서 옵쇼." 포노 라디오 '나나오라' 앞에서 레코드를 고르고 있던 아이가 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끄떡하였다. "하웅 씨 계시냐?" 들어온 사람은 소설가 구보다. "방에 계세요." "뭣 하시니?" "그냥 드러눠 계신가 봐요. 나오시랄까요?" "그럴 것 없다." 오후 두시 십분 찻집 안에는 다른 객이 없었다. 구보는 축음기 놓인 데 가까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나 차 하나 다우." 레코드가 돌기 시작하였다. '강남향' 독창의 '해당화.' "더운 거요?" "찬 걸 다우. 그리구 유성기는 그만둬라." "우이쓰, 티 있죠……." 여자의 목청이 애처롭게 끊어졌다. 구보는 맞은편 벽에 걸린 하웅의 자화상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십호인물형十號人物型. 거의 남용濫用된 황색 계통의 색채. 팔 년 전의 하웅은 분명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