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회남 - 의복미衣服美
나는 이 봄에 새로이 좋은 양복을 한 벌 맞추어 입겠습니다(푸른빛으로 할까 회색으로 할까, 그렇지 않으면 자줏빛으로 할까?).스프링코트는 괜찮은 것이 집에 있으니까 그것은 그만두고 대신 청우晴雨 겸용의 레인코트를 썩 값나가는 놈으로 하나 사 입겠습니다(이것도 무슨 색으로 정할까?). 모자와 넥타이와 양화洋靴도 모두 한 십여 원씩 주고 아주 호화로운 것으로 사용하겠습니다(그러면 모양이 퍽 그럴듯하리라). 이발과 면도도 자주 하여 상쾌한 기분을 돕게 하고 연초도 될 수만 있으면 스리캐슬이나 웨스트민스터 같은 박래품을 피우며 손에는 고급 스틱을 들어 보겠습니다. 참 목욕도 해야겠습니다. 이때껏 삼사 일에 한 번씩 하던 것을 거의 매일 하다시피 해야 되겠습니다. 몸이 한결 부드럽고 날씬해질 것입니다. 이렇게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