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훈풍] 연초공장
[...] 웃고 재깔이며 십칠팔 세씩 된 머리 땋아 늘인 색시가 세 명, 걸음을 맞추어 남쪽 천변을 걸어 내려온다. 흡사 학생같이 차렸으나, 손에들 들고 있는 것은 벤또 싼 보자기로, 조금 전 다섯 시에, 전매국 의주통 공장이 파한 것이다. 모두 묘령들이라 그리 밉게는 보이지 않아도, 특히 가운데 서서 그중 웃기 잘하는 색시가 가히 미인이라 할 인물로, 우선 그러한 공장 생활을 하는 여자답지 않게 혈색이 좋은 얼굴이 정말 탐스럽다. (박태원, 『천변풍경』, 문학과 지성사, 2005[1936], 40-1쪽) **토요일 오후 -멋없도록이나 맑게 갠 날이다. 누구나 그대로 집안에 붙박여 있지 못할 날이다. 볼일도 없건만 공연스레 거리를 휘돌아 다니고 싶은 날이다.철수는 양말을 두 켤레 사서 그것을 아무렇게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