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길] 이화학당과 러시아영사관
"참말, 모레 돌아가시렵니까?"이화여고보의 긴 조선담. "네. 그러나 또 며칠 있어두 좋구요."마침 지나는 이화여고보 정문에 달린 외등을 쳐다본 여자는, 혹은, 남자나 마찬가지로 그 밝음을 저주 하였는지도 모른다. 또 긴 담을 끼고 가면서, "너무 오래 계시면, 아버니께서 걱정 안 하시까?"정동 13번지, 양인의 집 외등에는 전구가 없었다. 까닭에 그 맞은 편 전신주에 달린 전등은 그들에게는 좀더 원망스러운 것임에 틀림없었다. 젊은 사나이가 저편에서 걸어왔다. 남자는 여자의 팔을 해방하려 하였다. 그러나 여자는 쫓지 않았다. "제가 어서 서울을 떠나는 게 조세요?"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젊은 사나이는 눈에 모멸을 가지고 그들을 빠르게 훑어보고, 그리고 지났다."저……." 마침내 그들은 이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