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랑파라
나는 다시 다방 '낙랑' 안, 그 구석진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두 가닥 커튼이 나의 눈에서 그 살풍경한 광고들을 가려 주고 있었다. 이 곳 주인이 나를 위하여 걸어 준 엔리코 카루소의 엘레지가 이 안의 고요한, 너무나 고요한 공기를 가만히 흔들어 놓았다. 나는 세 개째의 담배를 태우면서, '대체 나의 미완성한 작품은 언제나 탈고하나?' 하고 생각하였다. 아마 열한 점도 넘었을 게다. 이 한 날도 이제 한 시간이 못 되어 종국을 맺을 게다. 나는 선하품을 하면서 나의 이제까지 걸어온 길을 되풀어 더듬어 보았다. (박태원, '피로', 1933) ** 아직 열한 점, 그러나 낙랑樂浪이나 명치제과明治制菓쯤 가면, 사무적 소속을 갖지 않은 이상이나 구보仇甫 같은 이는 혹 나보다 더 무성한 수염으로 커피잔을 앞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