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電氣
교인들의 놀이라 그러한지 사랑문을 닫아걸어버리고 조용히들 앉아서 조름 보양으로 수군수군할 뿐이요, 마장 짝 부딪는 소리만 자그려댄다. "내년에도 또 풍년 들겠군. 올해는 대체 눈도 퍽 온다." "풍년이라도 들어야지. 조 선생 같으신 분은 머리를 내두르겠지만." "요따위로 풍년만 들어서 무얼 한담." 마장과는 딴판으로 이런 수작들을 한다. 전등불이 들어오자 안에서 주인 밥상이 나왔다. 그러나 아무도 밥상을 거들떠보는 사람은 없었다. [...] 요새는 낮잠 자는 게 일이다. 추우면 추워서 그렇고, 배가 고프면 배가 고파서도. 그러나 두 끼니를 먹는 날도 할 일이 없다. 동지가 모이는데는 난롯불도 못 피우는 먼지 구덩이에 들어가서 뿌연 책상만 바라보고 앉았을 수 없으니 가기 싫고, 겨울 들어가면서부터 모이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