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준 - 집 이야기
요즘 성북동과 혜화동에 짓느니 집이다. 작년 가을만 해도 보성고보에서부터 버스 종점까지 혜화보통학교 외에는 별로 집이 없었다. 김장 배추밭이 시퍼런 것을 보고 다녔는데 올 가을엔 양관洋館, 조선집들이 제멋대로 섞이어 거의 공지 없는 거리를 이루었다. 성북동도 지형이 고르기만한 데는 공터라고는 조금도 없다. 그래서 요즘은 조금만 집을 나서도 안 볼래야 안 볼 수 없고 새로 짓는 집들이 자꾸 눈에 띄는 것이다. 그렇게 자꾸 눈에 띄는 것이니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몇 가지 건축에 관한 감상을 가져 보곤 하였다. 대체로 조선사람들은 집 짓는 것을 보아도 취미생활이 너무 없다. 조선 기와집엔 결코 어울리지 않는 시뻘건 벽돌담을 쌓되 추녀 끝을 올려 쌓는다. 그리고 스스로 그 감옥 속에 들어앉기를 즐긴다. 또 멀쩡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