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준 - 청춘무성 (2)]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때가 되었다. 이학기 시험이 끝나는 날이다. 이날 저녁에 학교에서는각 과科마다 '크리스마스' 축하회가 있어서 밤 늦게야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함박눈이 펄펄 날리었다. 은심은 대문 앞까지 와서는 새삼스럽게 집에 들어가기가 싫여진다. 어디고 눈을 맞으며 끝없이 걷고 싶어진다. 은심은 손목에서 열한 시가 가까운 것을 들여다 보고도 그만 책가방을 든 채 발길을 돌려 놓는다. 은심은 종로로 내려와 남대문통을 걷는다. 벌써 상점들은 문을 닫은 데가 많다. 불빛 흐린 포도鋪道에는 도리어 눈송이 날리는 것이 아름답다. 장갑을 벗어도 손은 시리지 않다. 손등에, 얼굴에 목덜미에 눈송이의 체온은 착근거린다. 발에는 벌써 뽀드득 소리가 날만치 눈은 두껍게 덮이었다. '끝없이 걸었으면!' 은심은 '고요한 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