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풍경 (5)] 원산 - 명사십리와 송도원
하늘과 바다와 입맞추는 곳 ─ 멀고 가깝게 크고 적게 이름도 모르는 섬들 ─ 자연이 만들어 놓은 향기로운 방축 명사십리 ─ 달은 밝고 바람은 자는 이 바다 위…… 이윽히 그곳에 서 있다가 철수는 갑자기 허리를 굽혀 발 아래 조약돌을 집어들었다. 퐁당 ─ 그 소리에, "달 밝은 바다 위에 팔매질하네……" 누구의 시였던가 이런 구절으 기억에서 찾아내며 그는 또 한번 허리를 굽혔다. 퐁당 ─ 퐁당 ─ 철수는 이십팔 년간의 고독을 일시에 느끼면서, 물새조차 깃을 찾아든 바닷가에 오래오래 있었다. 퐁당…… 퐁당, 퐁당…… (박태원, '옆집 색시', 1933) ** 이튿날 오후 세 시 오십 분 경성역을 떠나는 나진행 특급열차에는 몇 패의 피서객들이 있었다. 아무렇게나 차린 남학생들이며 좋아서 날뛰는 아이들,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