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상섭 - 삼대 (11)] 효자동 전차종점
"왜 무슨 일이 있어?……" 경애의 입에서 무슨 소리가 나올지 공연히 애가 쓰이면서 [상훈이] 또다시 물었다. "글쎄, 학교를 어떻게 할지요... 다른 데로 주선해주실 수 없을지요?" 삼각산에서 내리지르는 저녁 바람이 영추문 문루의 처마끝에서 꺾이어서 경애의 말을 휩쓸고 날아간다. 두 사람은 다시 걷기 시작하였다. "왜 별안간 그런 생각이 든 거람?……" 물론 그 심중을 못 살피는 것이 아니나 이런 소리를 하였다. "……" 말은 또 끊겼다. 총독부 앞으로 나오려니, 전등불이 환한 전차가 효자동서 내려와 닿다가 떠난다. [...] 덕기는 오늘 병화의 상점 구경을 나섰다. 초상 이후로 처음 출입이다. 복재기지마는 상제 대신 노릇도 하여야 하고, 집안 처리도 할 일이 많아서 바쁘기도 하였고, 정초에 나다닐 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