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서 유학까지
하룻밤만 자고 나면, 우리 설영이가 유치원에를 가는 날이라, 그래, 우리는 그날 아이를 데리고 백화점을 찾아 가서, 가난한 아비의 넉넉지 않은 예산으로는 그것은, 분명히 신중한 고려를 필요로 하는 정도의 지출이었으나, 가위 있는 집 자녀들 틈에다 우리 딸을 보내는 바에는 결코 그 행색이 너무나 초라하여서는 아니될 것이라, 양복에 구두에 '마에까끼', '사루마다', '카바'는 아직도 성한 놈이 집에 있건만, 그것도 새로이 한 켤레를 사고 나니, 수중에는 남은 돈이 그 얼마가 못되어도, 어린 딸의 두 눈이 자못 자랑스레 빛나는 것을 보고는, 가난한 아비는 가난한 까닭으로 하여 좀 더 그 마음이 애닯게 기뻤던 것이다. [...] "너희 집이 어디지?" "돈암동 사백팔십칠번지의 이십이호에요." 작년까지도 모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