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향 - 전차 차장의 일기 몇 절 (2)
11월 17일 맑음晴 나는 어제 하루를 논 후에 오늘은 야근을 하게 되었다. 오늘은 동대문서 청량리를 향하여 떠나게 되었다. 오후 여덟시나 되어 날이 몹시 추워졌다. 바람도 몹시 불기를 시작하여 먼지가 안개처럼 저쪽 먼 곳으로부터 몰아온다. 여름이나 봄 가을에는 장 안의 풍류 남아 쳐놓고 내 손에 전차표를 찍어보지 않은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일요일은 일요일이지만은 나뭇잎은 어느덧 환란이 들어서 시름없이 떨어지고 수척한 나무들이 하늘을 뚫을 듯이 우뚝우뚝 솟았는데, 갈가마귀떼들이 보금자리로 돌아간지도 얼마 되지 않고 다만 시골의 나무장수와 소몰잇군들의, "어디어! 이놈의 소" 하는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탑골승방[현 보문동 미타사], 영도사[永導寺, 현 안암동 개운사] 또는 청량사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