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상섭 - 여름밤, 소하 銷夏특집 양미만곡凉味萬斛
여름의 정취는 밤에 있다. 도회고 향촌이고 산곡이고 수변이고 간에 여름밤은 봄 아침, 가을 석양, 겨울밤과 같이 헤일 것이다. 여름밤은 짧은 듯하면서도 긴 것이다. 새로 한 시, 두 시... 밤 가는 줄을 모른다. 뒤뜰에서 목물한 후 앞마당에 모깃불을 놓고 평상에 걸터 앉아 부채질도 한가로이 이 이야기 저 이야기에 반半 밤은 벌써 훌쩍 간다. 앞 발에 널어 달밤의 세찬 이슬 받은 푸지개를 주섬주섬 거둬들이어다가 마당에 채를 잡고 벌겋게 달아오른 다리미의 불똥을 날리면서 '속살속살' '깔깔깔' 하는 동안에 달 그림자가 담 밑에 이우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는 것도 조선의 여름밤 풍경의 하나일까? 반딧불을 동무 삼아 원두막 위에 동그란 목침 베고 데굴데굴 굴르며 앞 마을 처녀, 뒷동리 총각의 아기자기한 염문 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