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세키(남승민 분)의 행방을 몰라 애를 태우는 긴슈쿠(문예봉 분)는 행복했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눈물 짓는다. 영화에서는 남편의 외출복을 챙겨주고 자신은 양산을 들고 경성인들의 유명한 나들이 장소인 창경원[창경궁]과 한강을 찾는 장면이 짧게 나온다. 부부가 나들이를 준비하고 즐기는 과정이 이어지는 3개의 장소(집-창경원-한강)는 세키와 긴슈쿠 부부가 영화에서 함께 등장하는 유일한 장면이다.
창경원 씬에서는 세키와 긴슈쿠 부부가 벚꽃놀이를 즐기는 장면이 나온다. 창경원은 1909년 이후 1980년대초까지 동물원, 식물원과 함께 벚꽃 명소였으므로 개화기가 되면 수많은 인파들이 몰려들었고 낮뿐만 아니라 저녁에도 관람객들로 넘쳐났다. 창경원 앞을 지나는 전차로 수많은 사람들을 실어 날랐다. 세키와 긴슈큐 역시 전차로 창경원에 도착했을 것이다. 한편으로 경성부민들의 연례행사인 벚꽃놀이 시즌에 영화가 촬영된 것을 알 수 있다. 부부가 벚꽃이 핀 벚나무들 사이를 걷는 장면의 배경에 석탑이 보인다. 이 탑은 일제강점기 때 사찰에서 옮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고려 시대의 오층 석탑으로 보인다. 이 탑은 원적지가 확인되지 않아 현재까지도 그 자리에 남아 있다고 한다. 1
이어지는 한강 씬에서 세키와 긴슈쿠 부부는 보트에 올라 있다. 주변으로 경성 부민들이 보트를 타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제법 큰 범선[돛단배]도 눈에 띈다. 한강 도처에 드넓은 백사장이 존재했고, 특히 피서철에는 인도교[한강대교]와 뚝섬 등 한강 백사장 일대는 물놀이를 즐기는 인파들과 함께 수많은 보트들이 장관을 연출했다. 촬영시기로 보이는 봄에도 이미 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음을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당시의 촬영기술을 감안하면 보트가 닿는 한강 백사장 위에서 보트 놀이 장면을 연출했을 듯하다. 백사장 폭이 넓었고 특히 가장 폭이 넓은 끝단에서는 한강 맞은편이 가깝게 보였다는 것을 영화 장면에서도 알 수 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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