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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의 봄 (7)] 태평레코드

category 영화와 경성 2021. 8. 13. 14:19

영화 속의 영화 춘향전의 스폰서는 '동아'레코드(문예부장 한계수, 김한 분)이다.  주인공  영일은 동아레코드에 소속돼 춘향전 제작의 실무를 지휘하는 실질적인 영화제작자이다.  영일(김일해 분)의 소개로 여주인공  정희(김소영 분)가 동아레코드의 취입실에서 테스트를 받고 전속가수로 영입된다. 정희는 춘향전을 중도하차한 안나(백란 분)를 대신하여 춘향역을 맡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영화가 완성된다. 오랫동안 행방을 알 수 없던 영일이 극장에 나타나고 정희는 막간가수로 무대에 나와 주제가를 부른 뒤 쓰러진다. 


▲ '반도의 봄'에 염가사로 출연한 작곡가 이재호

영화가 시작되면서 제작 스탭을 소개하는 자막에 '주제가 태평레코드'가 보인다. 주제가뿐 아니라 배우로도 참여하여 최남용, 이재호와 같은 태평레코드 소속의 유명 가수와 작곡가가 배역으로 등장한다.[각주:1] 자막에 소개된 '주제가 태평레코드'에서 태평레코드가 맡은 주제가는 '망향초 사랑'이다. 정희는 영화 춘향전의 막간 가수로 나와 이 노래를 부른다. '망향초 사랑'의 가수는 백난아(영화에서 실제 노래 음성), 작사가는 추미림(반야월), 작곡가는 이재호이며 이들은 모두 태평레코드 소속이다.[각주:2]

영화의 주제가 '망향초 사랑'을 작곡한 이재호는 1919년 10월생으로 '반도의 봄'이 개봉된 해에 22세밖에 안된 청년이었으나 오케레코드, 콜럼비아레코드와 같은 라이벌 회사에 맞설 만큼 태평레코드를  반석에 올려 놓은 핵심적인 인물이었다. 이미 '나그네 설움', '불효자는 웁니다', '번지 없는 주막'과 같이 오늘날에도 애창되는 명곡을 만든 작곡가였던 이재호가 영화에서는 대사 한마디 없는 염가사艶歌師라는 직업으로 춘향전을 펑크내고 영화계를 떠난 안나(백란 분)가 일하는 바에서 아코디언 연주자로 등장한다.[각주:3] 

영화에 등장하는 또다른  태평레코드 소속의 배우는 동아레코드에서 작곡가로 설정된  최남용이다. 유명 가수 출신으로서  '반도의 봄'에서 큰 비중은 없지만 연기가 능숙하다. 1939년에 이광수 원작을 영화화한 '무정'(감독 박기채)에서 주인공 이형식 역을 맡아 박영채 역의 한은진과 김선형 역의 김신재와 연기한 경험 이 있다.[각주:4] 

 

▲ 태평레코드 등 조선 내에서 유통되는 유행가 레코드와 축음기를 판매하던 조선축음기상회( 종로2정목 49번지, 『대경성사진첩』, 1937)

 

  1. 요즘과 같이 TV나 다른 영상매체로 자신의 얼굴을 대중에게 알리는 방법이 없던 시대에 연애인 등 유명인이 영화 출연을 통해 자신의 얼굴을 대중에게 알리는 수단으로 삼았던 것 같다. 이와 같은 사례는 '반도의 봄' 외에도 '미몽'이 있다. '미몽'에서는 가수 선우일선이 발매한 곡 중에 '피리소리'가 주제곡으로 사용되었고 무용가 조택원이 특별출연해 무용과 연기를 선 보였고, 자막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경성의 유명 미용원인 엽주미용실  원장이자 배우 활동도 했다고 하는 오엽주가 등장하기도 한다. [본문으로]
  2. 태평레코드는 일본에 본사가 있는 '대일본축음기주식회사 조선영업소'가 정식 명칭이다. 회사 주소지는 종로 6정목 276번지와 황금정 3정목 175번지(1941년 이후) 등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미 1920년대부터 조선에 진출하여 사업을 영위했으며 일본 자국내에서 인수합병을 여러번 거치면서 조선에서도 레이블이 제비표조선레코드에서 태평[Taihei]레코드로 바뀌었다. [본문으로]
  3. 영화에서는 '목포의 눈물'(문일석 작사, 손목인 작곡, 이난영 노래)을 연주하였다. [본문으로]
  4.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KMDB https://www.kmdb.or.kr/db/kor/detail/movie/K/00133/credit#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