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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옷걱정을 하는 게지? 부잣집이기루 수단치마를 입어야 가나? 반찬 장수가 그런 걸 떨치구 나서면 되레 흉봐요."
필순은 아픈 데를 꼭 집어낸 것에 부끄러우면서도 힘을 얻었다. 사실 아무렇게나 입고라도 인사를 가야 옳겠다고, 부끄러우니 뭐니 교계치 않고 나섰다. 
그러나 일러주는 대로 전차를 구리개 네거리[일본생명 앞 황금정(현을지로입구역) 네거리 ]에서 내려서 수하정으로 찾아들어가 솟을대문 문전에 다다르니 고개가 옴츠러지는 듯싶고 가슴이 설렁하여 공연히 혼자 쭈뼛쭈뼛할 수밖에 없었다. (염상섭, 『삼대』, 1931)
 

▲ 구리개 네거리(현 을지로입구역 네거리)



▲ 구리개(황금정/을지로) 네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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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락눈 내리는 거리를 거의 누구에게 쫒기거나 하는 듯이 빠른 걸음걸이로 구리개 네거리에까지  이르러, 그곳 약국에를 들어가서 정작 최가와 만나보자, 그의 마음은 쉽사리 또 흥분하고, 그래, 그는 당초에 정하고 온 방침을 고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점 안에 들어서자, 책상 앞에 앉아서 신문을 보고 있던 최가는 약을 사러 온 손님인 줄만 여겨,
"어서 옵쇼."
기게적으로 인사를 하였던 것이나, 즉시 그것이 기미꼬라 알자, 분명히 그의 얼굴에는, 순간에, 불쾌해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박태원, 『천변풍경』, 문학과 지성사, 2005[1936], 3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