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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풍경 (1)] 우미관 가는 길

category 친절한 구보씨 2019. 3. 13. 10:34
"저__, 근화식당이라구 요릿집이라는데……”
“근화식당?”
우동집 주인이 얼른 알아내지 못하는 것을 재봉이가 대신 나서서,
“근화식당요? 그럼 바루 우미관 옆이군요.”
“우미관”
“우미관 말이에요, 우미관....., 왜 활동사진 놀리는……”
“거길 내가 알 수가 있나?”
“하여튼 종로 네거리루 나가서 동쪽으루 쭈욱 내려가며, 우미관이 어디냐구만 물으시면 누구든지 아르켜 드릴 께니 우미관 앞에까지 가서는 이번엔 근화식당이 어디냐구 물으시란 말이에요. 뭐, 찾기 쉽죠.”
"저 큰길루 나가서 우미관을 찾어라? 응 고맙소."
시골 사람은 털로 짠 목도리를 고쳐 두르고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
그 사람은 분명히 이번 길이 초행인 모양이다. 우선 종로 보신각 앞에서 현판을 들여다보고 한 다음에 건너편 화신상회를 멀거니 바라보다가,
'참, 동쪽으루 가라던데, 동쪽이 어딘구?……'
잠깐 두리번 거리다가, 마침 옆을 지나는 젊은이를 돌아보고,
"저, 우미관이라는 데를 어디루 가나요?"
"우미관? 이리루 곧장 내려가다 바른편 쪽으루 꺾으슈."
'이리루 곧장 가다 바른편으로 꺽어라?……'
겨울밤이건만 섣달 대목이라, 사람이 제법 북적대는 야시장 군중 틈을 지나며 우동집에서 아이들은 아주 찾기 쉽다고 말들을 하더라만, 대체 얼마만큼을 가다가 바른편으로 꺾어야 될는지 도무지 어림이 서지 않아, 연해 두리번거리며 청년회관[서울 YMCA] 맞은편께쯤 와서, 이대로 가다가 혹 지나치지나 않을까? 문득 그것이 염려되어 또 누구한테 물여보려고 걸음을 멈추려니까, 뜻밖에도 등 뒤에서,
"아, 이거 누구야?"
하고 말을 건다. 깜짝 놀라 돌아다보니, 그곳에 눈을 크게 뜨고 서 있는 사나이는, 그것이 바로 자기가 지금 찾아가고 있는 근화식당 주인이 분명하다. (박태원,『천변풍경』, 문학과 지성사, 2005, 380-382쪽.)
 

▲ 종로네거리


▲ 우미관 (관철동 89번지, 현 종로2가 75-2)


▲1934년 8월 3일("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3회차가 연재되던 날) 우미관 상영영화는 킹그콩그(킹콩)


▲메리안 쿠퍼 감독의 「킹콩」 포스터(1933년)


[주]


▲ 우미관 위치(적색박스 아래쪽)

* 1978년 종로(2가~3가) 도로폭 확장(30미터->47미터) 공사가 시행되어 이때 종로 이남쪽의 도로변 건물들(영보빌딩, 한청빌딩, 낙원회관 등 포함)과 피마골이 없어졌다. 종로2가 남쪽 피마골 바로 뒤쪽에 있던 우미관 터가 종로 대로변으로 나오게 되었다. 관철동 89번지의 우미관터는 새로운 지번을 부여받아 종로2가 75-2번지가 되었다. 현재 종로2가 맥도날드 건물  자리가 우미관 터. 혹자는 맥도날드 건물 바로 뒤편의 상가건물을 우미관 자리로 지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1978년에 도로폭이 확장(종로 이남 방향으로 17미터))된 사실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미관 바로 앞에 일제시대 유명한 카페인 낙원회관 건물이 있었는데, 현재 맥도날드 건물 앞 인도변의 '우미관 표석' 자리 부근이 그 터이다. (2006.2.1.) 현재 맥도날드 건물 자리는 할리스 커피가 입점해 있다. 


** TV 드라마 "야인시대"에 일제시대 협객 김두한의 근거지로 나오는 우미관이 화신백화점(현 종로타워) 뒤편으로 나온다. 그러나 원래의 우미관이 화재로 화신백화점 뒤편으로 옮겨간 것은 1960년경의 일이다.

 

 ▲ 킹콩 (1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