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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의 맛 '칼피스'

category 친절한 구보씨 2019. 3. 18. 11:48


 

다일茶一 기타 


▶ '첫사랑의 맛初愛の味' 칼피스 광고

양식洋食에는 언제든지 홍차紅茶가 맛있소. 늘 다녀 그 '솜씨'를 잘 알고 있는 끽다점喫茶店 외에서 나는 일찍이 가배차[커피]를 마신 일이 없소. 차와 '케잌'을 맛보고 싶을 때면 나는 언제든 '코코아'와 '슈크림'을 취하오.

'첫사랑의 맛'을 잘 알고 있는 나는 '칼피스'를 먹을 마음이 생기지 않소.

'파-피스', 세-피스', '오아피스'... 웬일인지 나는 '-피스'가 붙은 음료를 의식적으로 취하지 않소.

'소다수'도- 산미酸味가 강함으로 하여 그리 애호하지 않소.

'보리차' - 나는 '아이스크림과 함께 이 음료를 애용하오. (박태원, '기호품일람표', 동아일보, 1930.3.)


**

얼마 안 걸어 이들은 명치제과 이층으로 올라왔다. 셋이다 커피를 시키었다.

[...]

커피가 왔다. 화옥은 컵을 당겨놓더니 눈을 감았다. 오래간만에 맛보는 검은 남양 열매의 향기를 보다 더 정히 느끼고 싶어서였다.

"어쩌문 커피맛이 이렇게 좋을까! 참, 얘들아? 작문시간에 커피맛 묘사하던 생각 나니?"

"그 선생두 커피광이었던가봐?"

"누군진 여태 못 먹어봤단 애두 있구, 빛꺼정 한약 같다구 써 못 먹는단 애두 있었지?"

"허긴얘, 나두 첨에 크리스마스 프레센트에 쵸콜렛이 들어 있는걸, 아주 은종이루 이쁘게 싸구싸구 했길래 무척 달 줄 알구 먹지 않었니? 써서 혼이 났다 얘! 그랬는데 이젠 안 줘 못 먹구, 커피는 못 먹은지 이틀만 돼두 입안이 텁텁한게 클클증이 나니 어떡해?"

"인이 백였구나?"

"쓰긴 확실히 쓴맛인데……."

"쓴맛인데 단 가루삐스보다 깊은 맛이 있단 말이지?"

"그래 참, 깊은 맛이야 깊은 맛!"

"가루삐스는 첫사랑 맛이라는데 너인 지금 암만 그래야 가루삐스다 너?" (이태준, 』행복에의 흰손들』,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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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피스'에는 첫사랑의 맛이 있다고 하는 것은 그럴듯한 표현이다. 이것이 가령 장사치의 선전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여기에 한해서만은 그것을 믿어도 좋다. 첫사랑의 맛은 어떤가 묻지 말라! 칼피스를 마시며 곰곰이 음미해보라고밖에 할 도리가 없는데 첫사랑의 맛을 언제까지든지 가슴속에 지니지 못한 청춘이야 말로 너무나 푸어[poor]하다!

한데 내가 여기 이야기하려는 소다수란 놈과는 어떤 관계에 있길래 칼피스 양을 첫머리에 등장시켰는가는 의심할 필요는 없다. 소다수란 놈은 이름은 대단히 껄렁하지만 칼피스 양과는 사촌격인 까닭이다. 소다수란 '놈'이라 썼기 때문에 그것이 대단히 남성적 음향을 띄지만 소다수 양이라 해야 옳을 것이다. 아니 그보다도 칼피스의 앳된 맛에 비기면 소다수는 여사 정도의 이름이 보다 적절할 것같다. 그러니까 칼피스양의 사촌언니뻘이다. 그 산성이 짙은 시큼털털한 개살구맛 같은 산전수전 다 겪은 '도시마적'인 미각이다. (이석훈, '소다수 여사', 『여성』, 19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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