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보씨 댁의 라디오
바람 없고 따뜻한 날, 남향한 대청에는 햇빛도 잘 들고, 그곳에가 시어머니와 며느리, 귀돌 어멈과 할멈이, 각기 자기들의 일거리를 가지고 앉아 육십팔 원짜리 '콘서트'로 '제.오.띠.케' 의 주간방송, 고담이라든 그러한 것을 흥미 깊게 듣고 있는 풍경은, 말하자면, 평화- 그 물건이었다. (박태원, 『천변풍경』, 깊은샘, 340쪽) **"제이오디케이(JODK), 지금부터 동경방송국의 음악을 중계방송하겠습니다. 러시아의 당대 일류 성악가 쿠론스키 씨의 '사랑의 갈등'이라는 세레나데의 독창입니다……"오후 일곱시 이십분이다. 여기는 식당이다. 경옥이가 미리 경성방송국의 프로그램을 보아두었던지 식탁이 벌어진 뒤에 수프만 먹고 나서 맞은 벽의 시계를 쳐다보더니 살짝 나타나서 라디오의 스위치를 틀어 놓았다. "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