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풍경] 시골소년 창수의 서울상경기
소년은 드디어, 그렇게도 동경해 마지않던 서울로 올라오고 말았다. 청량리를 들어서서 질펀한 거리를 달리는 승합자동차의 창 너머로, 소년이 우선 본 것은 전차라는 물건이었다. 시골 '가평'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것이, 그야, 전차 한 가지가 아니다. 그래도 그는, 지금 곧, 우선 저 전차에 한번 올라타보았으면 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어린 아들의 감격을 일일이 아랑곳하지 않고, 동관 앞[동관네거리, 현 종로3가교차로] 자동차부에서 차를 내리자, 그대로 그를 이끌어 종로[네거리]를 향한다.소년은 한길 한복판을 거의 쉴 사이 없이 달리는 전차에, 신기하지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싶게 올라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에, 머리에, 등덜미에, 잠깐 동안 부러움 가득한 눈을 주었다."아버지, 우린, 전차, 안 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