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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우울

category 친절한 구보씨 6년 전

6월은

이미 덥습니다. 무턱대고 땀이 흐릅니다. 일찍이 '그'의 앞에서 땀과 기름에 절은 수건을 꺼내였다 좀 더 땀을 흘린 기억이 내게 있습니다.

 

집에 있으면

때로 냉면을 먹고 낮잠을 잡니다.

허약한 나의 좀더 핏기 없는 얼굴. 그렇다고

 

창작을 위하야

낡은 대학노트를 들고 거리에 나가도 십분의 산보여정을 못다가서 나의 찾아드는 곳은 다방입니다. 한잔의 탄산수를 앞에 놓고 내가 뒤적거려보는 나의 '낡은 대학노트'에는 예例하면 이러한 것이 쓰여있습니다.

 

1931.7.26. 오후 3시에 왕십리역 대합실 시계는 오전(혹은 오후) 열한 시 오분 전을 가르친 채 서있음……

 

6월의 우울을 찾아
한 손에 단장과 또 한손에 당시선唐詩選을 들고 나는 티끌 많은 거리를 떠나 교외로 나갑니다. 나는 고독을 사랑하는 것일까요? 또는 염인증厭人症이라도 있는 것일까요? 그윽한 숲속을 찾아 그곳에 "선주민족先住民族"을 발견할 때  나의 발길은 당황하게 그 방향을 바꿉니다.

 

- 어느 시인인 듯싶은 이에게.
그대의 덥수룩한 머리칼과 때묻은 샤쓰와 손기름에 절은 넥타이와 그리고 분명히 그 끝에 말똥이 묻었을 단장은 이곳 풍경을 너무나 손상하나이다.

 

- 애인인 듯싶은 여자를 동반한 청년에게
나는 그대들에게 아무런 흥미도 느끼지 않습니다. 내 그림자가 이곳에서 사라질 때 그대의 여인에게 좀더 대담하소서.

 

가까스로
사람 없는 솔숲을 찾아들어 나는 그곳에 한껏 다리를 뻣고 눕습니다. 내 누운 잔디 위에 가래침이 없으소서. 머리위 늘어진 솔가지에 눈에 띄는 송충이가 없으소서. 마음의 불안은 내가 그곳에 으레 머물을 것을 용서하지 않아 나는 황당하게 자리를 차고 일어나 도망질치듯 그곳을 나와.

 

집에 돌아와
냉면을 먹고 그리고 낮잠을 잡니다.  (박태원, '6월의 우울', 『중앙』, 19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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