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깔 아저씨, 우리 이사한 담에 언제 왔수. 바루 저 골목 안이야. 같이 가아, 응. 가 보고도 싶었다. 그러나 역시 시간을 생각하고, 벗을 놓칠 것을 염려하고, 그는 이내 그것을 단념하는 수밖에 없었다. 어찌할꾸. 구보는 저편에 수박 실은 구루마를 발견하였다.
너희들, 배탈 안났니. 아아니, 왜 그러우. 구보는 두 아이에게 수박을 한 개씩 사서 들려주고, 어머니 갖다 드리구 나눠줍쇼. 그래라.그리고 덧붙여, 쌈 말구 똑같이들 나눠야 한다.
생각난듯이 큰 아이가 보고하였다. 지난 번에 필운이 아저씨가 바나나를 사왔는데, 누나는 배탈이 나서 먹지를 못했죠, 그래 막까시를 올렸드니만... 구보는 그 말괄량이 소녀의, 거의 올가망이 된 얼굴을 눈앞에 그려보고 빙그레 웃었다. (박태원, '소설가구보씨의 일일', 1934)
수박 행상
1.
(자, 이건 참 싸구나 )
자 둥굴둥굴 수박이로구려 어허어 자
자 둥굴둥굴 수박이로구려 어허어 자
먹기좋은 수박이요 보기좋은 수박이요
노인네가 잡수시면 둥굴둥굴둥굴 젊어지고
처녀 총각 잡수시면 둥굴둥굴둥굴 사랑일세
자 싸구려 싸구려 싸구려
(자, 이건 참 싸구나 )
둥굴 둥굴 둥굴 둥굴 먹기좋은 수박이로구려
2.
둥굴둥굴 수박이로구려 어허어 자
자 둥굴둥굴 수박이로구려 어허어 자
무르익은(??) 수박이요 냄새좋은 수박이요
목마를때 잡수시면 둥굴둥굴둥굴 시원하고
출출할때 잡수시면 둥굴둥굴둥굴 배가불러
자 싸구려 싸구려 싸구려
(자, 이건 침넘어가누나 )
둥굴 둥굴 둥굴 둥굴 굴러가는 수박이로구려
- (자, 이건 참 싸구나 )
자 둥굴둥굴 수박이로구려 어허어 자
자 둥굴둥굴 수박이로구려 어허어 자
어른에겐 어른수박 아이에겐 아이수박
우락부락 잡수시면 둥굴둥굴둥굴 아들낳고
야금야금 잡수시면 둥굴둥굴둥굴 딸을낳고
자 싸구려 싸구려 싸구려
(자, 이건 참 침넘어가누나 )
둥굴 둥굴 둥굴 둥굴 익살마진 수박이로구려
(김정구, '수박행상', 조명암 작사 손목인 작곡 오케Okeh 레코드 1939년 발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