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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다. 문안에 들어갔다 늦어서 나오는데 불빛 없는 성북동 길 위에는 밝은 달빛이 깁을 깐 듯하였다. 
그런데 포도원께를 올라오노라니까 누가 맑지도 못한 목청으로, 
사......케......와 나......미다키 다메이......키......카......

를 부르며 큰 길이 좁다는 듯이 휘적거리며 내려왔다. 보니까 수건이 같았다. 나는, 
“수건인가?” 
하고 아는 체 하려다 그가 나를 보면 무안해할 일이 있는 것을 생각하고, 획 길 아래로 내려서 나무 그

늘에 몸을 감추었다. 
그는 길은 보지도 않고 달만 쳐다보며, 노래는 이 이상은 외우지도 못하는 듯 첫 줄 한 줄만 되풀이하

면서 전에는 본 적이 없었는데 담대를 다 퍽퍽 빨면서 지나갔다. 
달밤은 그에게도 유감한 듯하였다. (이태준, '달밤', 1933)

 

**

“아리랑으로 가자.”
하고 갑진은 길게 트림을 하며,
“조선 계집애 맛은 보았으니까 인제는 일본 계집애로 입가심을 해야지, 어으.”
하고 또 트림을 한다. 운전수는 명령대로 차를 몰아 장충단으로 향하였다. 아리랑에는 손님이 거의 다 가고 술취한 사람 두엇, 카페 계집애에 미친 중늙은이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갑진은 이층으로 비틀거리고 올라가며,
“오―이, 아이코쿠―웅.”
하고 불렀다.
“마 긴상.”
하고 여자들은 갑진을 에워쌌다. 쾌활하고, 말 잘하고, 팁 잘 주고, 그리고 ‘앗사리’하다기로 이 카페의 웨이트리스간에 이름난 김갑진이다.
[...]
“얘, 위스키 병으로 가져와!”
하고 갑진 좌우에 앉았는 계집애들의 어깨에 한 팔씩을 걸치고 잘 돌아가지도 아니하는 가락으로 ‘사케와 나미다카, 다메이키카’라는 일본 속요를 소리껏 불렀다. 다른 애들도 따라서 부른다. 계집애들은 제 어깨너머로 늘어진 갑진의 손을 잡고 갑진이가 몸을 흔드는 대로 함께 끌려 좌우로 흔들었다. (이광수, 『흙』, 1932)

 

**

"요새 새로 나온 것으론 '건국 행진곡', '사케와 나미다카', 신서울행진곡'에─ 또, 교향 관현악으로는 베토벤의 제2번 '나'장조─ 이것은 하모닉 관현단의 것이올시다. 그 외에 기타 독주에 주명묵, 첼로 독주에 '친애한 말'─ 이것은 카살스의 것이올시다……."

자켓을 입고 해사한 얼굴에 굽다란 대모테 안경을 쓴 젊은 점원은, 여자의 손길이 매끈한 흰 손으로, 레코드판을 차례차례 내놓으며, 더듬지 않는 말솜씨로 줄줄 설명을 한다.

"어떤게 좋을까……? 좀 골라 주세요."

문경이는 뒤적뒤적하다가 종엽이를 돌려다본다.

"난 무어 안다구! 음악에는 원체 손방이니까……."

종엽이는 마주 생글하다가, 그래도 너무 무식을 보이기 싫어서,

"'사케와 나미다카'는 요새 동리 애들까지 못 하는 애가 없더군. 기타 독주도 재밌을 걸." 

하며 의견을 말하였다.

"그럼 사볼까…… 건국행진곡은 만주 것이오?" (염상섭, 『무화과』, 1932)

 

**

[명화] "열 네 살 적에 이웃에 사는  탓으로 동무삼아 놀다가 팔뚝에 먹실을 넣은 것이 그대로 백년 낭군이나 될 말로야 걱정이 무슨 걱정, 미쳤다고 이 노릇을 할까……" 
[병일] "사랑이란 워낙 팔자가 기구한 법이거든"
"늙어 주글 때나 만날는지, 7년 동안에 콧배기라도 얼른해야지."
"7년! 얘 꽤 오래, 그래도 햇수는 또박또박 꼽아 두었군."
사내와 계집은 제각기 제말만 한다.
"햇수만 꼽아요, 날짜까지 꼽느라고 열 손가락이 물러날 지경인데."
"사랑도 고역이군."
"사랑은 싫어요. 사랑은 눈물이에요."
비비 꼬아서 팔뚝에 먹실 넣은 변명을 하던 계집은 이 말도 역시 비꼬는 수작이었으되, 어쩐지 눈시울은 울멍울멍하듯하였다.
"얘 사랑도 술과 같구나! 술이란 눈물인가 한숨이런가……"
사내는 코안으로 유행가를 외웠다. (현진건, 『적도』, 1939)

 


▲ 고가 마사오(작곡자)와 후지야마 이치로(가수)

(高橋掬太郞 작사. 古賀政男 작곡. 藤山一郎 노래)

 

酒は淚か 溜息か / こころのうさの 捨てどころ

술이야 눈물일가 한숨이랄가 / 이 마음의 답답을 버릴 곳장이

とおいいにしの かの人に / 夜每の夢の 切なさよ

오래인 그 옛적에 그 사람으로 / 밤이면은 꿈에서 간절했세라

酒は淚か 溜息か / かなしい戀の 捨てどころ

이 술은 눈물이냐 긴 한숨이냐 / 구슬프다 사랑의 버릴 곳이여

忘れたはずの かの人に / のこる心を なんとしょう

기억도 사라진 듯 그이로 하여 / 못잊겠단 마음을 어찌면 좋을가

 

* 한글은 채규엽이 1932년 취입한 번안곡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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