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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category 친절한 구보씨 2019. 5. 7. 09:48

 

"네, 그 양반은 잘 알고말고요!" 
안 마리아의 대답이 이렇게 나왔다. 이에 인수는 자기도 그 친구와 절친하다는 말을 한 다음, 보험이라는 것이 사람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일장 설명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재미 없습니다. 아무리 돈이 귀하다 하기로니 사람이 죽기를 바란대서야 말이 되나요. 나는 그런 생각이 들어서 전부터 생명보험에는 들고 싶지 않았어요!"

▲ 조선생명보험회사(안국동네거리)

죽어야 돈을 타는 것이니까, 죽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좀 실례의 말씀 같습니다마는, 당신께서는 예수를 왜 믿습니까?"
"예수를 왜 믿다니오? 천당에 가려고 믿지 왜 믿어요."
"그러면 예수를 믿는 것도 결국 생명보험에 드는 것과 마찬가지 아닙니까? 천당에도 죽어야 들어가니까요."
"아니, 그것과는 다르지요. 어쨰서 보험회사와 같다 하십니까? 우리는 예수를 믿는 것은 물론 최후의 목적이 천당에 들어가는 것이지마는, 그것은 비단 죽어서 천당에 들어가는 것 뿐만 아니라, 살아서도 옳은 도리로 잘 살아보자는 것인데요. 그것이 어째서 육신이 썩어질 양식만을 구하는 보험회사와 같다고 하겠습니까?"
"그렇기에 말이 올시다. 그것이 우리 보험회사와 똑같지 않습니까?…… 예수교에서도 죽어서 천당에 들어가는 신앙이 없다면 누가 예수교를 믿겠습니까? 그것은 마치 보험회사가 아니라도 다른 큰 은행에 얼마든지 저금할 데가 있는 것과 같이 예수교회가 아니라도 이 세상에서 옳은 도리로 살려는 교훈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안 마리아는 어째서 하느님과 보험회사가 같으냐며 펄펄 뛴다.
"지금 세상은 돈이 하느님이거든요!"
하고 외교원이 콧소리를 냈다. 

[...]
"당신도 외교원이시라니 말이지, 보험회사 외교원, 쳐놓고 거짓말 않고는 못해먹는다더군요."
"외교원이 거짓말쟁이면, 전도부인도 거짓말쟁이겠지요!"
주인은 한층 더 분이 끓어올랐다.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는 사람을 백주에 거짓말쟁이라고 하는 소리는 처음 듣는 것이다.
"우리 보험회사는 보험에 든 사람이 죽었을 때 보험액을 타다 먹는 것이 사실로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당신이 믿는 예수교는 천당에 갔다 온 사람을 한 사람도 보지 못하였습니다. 우리 회사가 회사가 잘 되게 하려고 보험액으로 꼬이거나, 당신의 예수교가 흥왕하게 하려고 천당을 꾸며 놓고 꼬이거나, 당신이 못 믿겠다는 사람보고도 억지로 예수를 믿으라고 전도하는 것이나, 내가 보험에 안 들겠다는 당신 같은 이에게도 기어이 들어달라고 조르는 것이나, 그래 당신이 그런 전도를 하고 월급을 타먹거나, 내가 이런 외교를 해서 생계를 삼는 것이나 피차 일반이 아닙니까?……" (이기영, '외교원과 전도부인',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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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을 찾는 사람들은, 어인 까닭인지 모두들 구석진 좌석을 좋아하였다. 구보는 하나 남아 있는 가운데 탁자에 가 앉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는 그곳에서 '엘만'의 '발스 센티멘털'을 가장 마음 고요히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선율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방약무인한 소리가, 구포씨, 아니요ㅡ 구보는 다방 안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온몸에 느끼며, 소리나는 쪽을 돌아보았다. 중학을 2, 3년 일찍 마친 사내. 어느 생명보험회사의 외교원이라는 말을 들었다. 평소에 결코 왕래가 없으면서도 이제 이렇게 알은체를 하려는 것은 오직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먹은 술 탓인지도 몰랐다.
구보는 무표정한 얼굴로 약간 끄떡하여 보이고 즉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 사내가 또 한번, 역시 큰 소리로, 이리 좀 안 오시료, 하고 말하였을 때, 구보는 게으르게나마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탁자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이리 좀 앉으시요. 참, 최군, 인사하지. 소설가, 구포씨.
이 사내는, 어인 까닭인지 구보를 반드시 '구포'라고 발음하였다. 그는 맥주병을 들어 보고, 아이 쪽을 향하여 더 가져오라고 소리치고, 다시 구보를 보고, 그래 요새두 많이 쓰시우. 무어 별로 쓰는 것 ‘없습니다.’
구보는 자기가 이러한 사내와 접촉을 가지게 된 것에 지극히 불쾌를 느끼며, 경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그와 사이에 간격을 두기로 하였다.
그러나 이 딱한 사내는 도리어 그것에서 일종 득이감을 맛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뿐 아니라, 그는 한 잔 십 전짜리 차들을 마시고 있는 사람들 틈에서 그렇게 몇 병씩 맥주를 먹을 수 있는 것에 우월감을 갖고, 그리고 지금 행복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구보에게 술을 따라 권하고, 내 참 구포 씨 작품을 애독하지. 그리고 그러한 말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구보가 아무런 감동도 갖지 않는 듯싶은 것을 눈치채자,
"사실, 내 또 만나는 사람마다 보고, 구포씨를 선전하지요."
그러한 말을 하고는 혼자 허허 웃었다. 구보는 의미몽롱한 웃음을 웃으며, 문득 이 용감하고 또 무지한 사내를 고급으로 채용하여 구보 독자 권유원仇甫讀者勸誘員을 시키면, 자기도 응당 몇십 명의, 또는 몇 백명의 독자를 획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그런 난데없는 생각을 하여 보고 그리고 혼자 속으로 웃었다. (박태원,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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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어둠이 내린 거리에는 눈을 맞으면서도 행인이 끊일 길 없다. 그들이 모두 자기보다 유복하여 보이지는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들 중에는 이 추운 밤에 외투 한 벌 준비 못하고, 찢어진 지우산 아래 눈을 피하며 걸음을 재촉하는, 가난한 외교원나 그러한 사람조차 있었다. (박태원, '수풍금',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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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생명보험회사(황금정네거리)

사람은 누구 없이 뱀을 섬뻑 만나면 대개는 깜작 놀라 몸이 오싹해지고, 반사적으로 적의敵意와 경계의 자세를 취합니다.

이것은 우리의 오래오랜 조상, 즉 사전인류史前人類가 파충류의 전성시대에 그들의 위협 밑에서 수백만 년을 항상 공포와 투쟁과 경계를 하고 살아오는 동안, 그것이 어언간 한 개의 본능이 되어졌고, 그러한 조상의 피가 시방도 우리 인류의 몸에 흐르고 있는 때문이라고 말하는 학자가 있습니다. 그럴듯한 해석이고, 한데, 윤직원 영감이 양복쟁이가 찾아오게 되면 우선 먼저 놀라 우선 먼저 피하려 드는 것도 그와 비슷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기미년 이후 한동안, 소위 양복청년이라는 별명을 듣는 사람들한테 그놈 새애까만 육혈포 부리 앞에 가슴패기를 겨냥대고 앉아 혼비백산, 돈을 뺏기던 일…… 그렇게 돈 뺏기고 혼이 나고 하고서도, 다시 경찰서의 사람들한테 이실고실 참고 심문을 당하느라고 땀을 뻘뻘 흘리던 일……. 지방의 유수한 명망가라고 해서 그네들과 무슨 연락이 있을 혐의는 아니었고, 범인 수사에 필요한 심문을 하던 것인데, 일 당하던 당장 혼백이 나갔던 윤직원 영감이라 대답이 자꾸만 외착이 나곤 해서 피차에 수고로웠습니다. 치가 떨리고 이가 갈리는 게, 언제고 섬뻑 찾아드는 양복쟁이던 것입니다.

그러한 위험객말고도, 다시 생명보험회사의 외교원……. 누구나 돈냥 있는 사람은 다 겪어 본 시달림이지만, 윤직원 영감도 많이 당했습니다. 하기야 윤직원 영감 당자는 나이 많으니까 가입할 자격이 없기 때문에, 가로되 자제 몫으로, 가로되 손자 몫으로, 가로되 무슨 몫으로, 이렇게 조릅니다.

윤직원 영감의 대답은 매우 신랄해서,

" 여보! 원 아무런들 날더러 자식 손자 보험 걸어 놓구서, 그것 타 돈 먹자구 그것덜 죽기 배래구 앉었으람 말이오?"

이렇습니다. 그러나 그만 소리에 퇴각할 사람들이 아니요, 찰거머리처럼 붙어 앉아서는 쫀드윽쫀득 졸라 댑니다. 이처럼 파기증을 생으로 내주는 게 역시, 불쑥 찾아오는 양복쟁이던 것입니다. (채만식, 『태평천하』,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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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교원실의 공기는 김강사에게는 극단으로 천하게 생각되었다. 전문학교의 교수라고 하면 좀더 학자적 근신과 학문적 향기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마치 보험회사 외교원이나 길거리의 약장수같이 떠드는 것은 무슨 꼴인가. 그러다가 생각하니 그 떠들고 있는 여러 사람 중에 김강사와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 것이었다. 김강사는 자기가 일부러 돌림뱅이가 된 것같아서 몹시 고독을 느꼈다. 그러나 그렇지도 않다. 다른 사람들은 김강사의 존재를 무시하는 태도를 취함으로써 그를 모욕하는 것이다. 허지만 아니다, 이것은 자기가 '신출'이기 때문이다, 용기를 내서 그들 틈에 한몫 끼어보리라고 돌이켜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무어니무어니 해도 그는 아직 책상물림이라 그렇게 뻔뻔한 배짱은 없었다. (유진오, '김강사와 T교수',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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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히 불은 예까지는 오기 전에 꺼졌다. 그 좋은 불구경이 너무 하잘 것 없이 끝난 것도 섭섭했지만 그와는 달리 무엇이라고 형언할 수 없는 적막을 느꼈다.

듣자니 공장은 화재보험 덕에 한폰드짜리 알콜 병 하나 꺼내 놓지 않고 수만원의 보상을 받으리라 한다. 화재보험─ 참 이것은 어떤 종류의 고마운 하느님보다 훨씬 더 고마운 하느님에 틀림없다.

어머니는 어찌 되든지 간에 그때 마음 같아서는 '빌어먹을! 몽탕 다 타나 버리지' 하고 실없이 심술이 났다. 재산도 그대신 걸레조각도 없는 알몸뚱이가 한 번 되어보고 싶었던 게다. 물론 화재보험하느님이 내게 아무런 보상도 끼칠 바는 아니련만…… (이상李箱, '조춘점묘', 매일신보, 19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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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생명보험회사(종로1정목)

"왜 안경다린 안 고치셨어요?" 
딸이 그날 저녁으로 물었다. 
"흥……." 
초시는 말은 하지 않았다. 딸은 며칠 뒤에 또 오십 전을 주었다. 그러면서 어떻게 들으라고 하는 소리인지, 
"아버지 보험료만 해두 한 달에 삼 원 팔십 전씩 나가요." 
하였다. 보험료나 타먹게 어서 죽어 달라는 소리로도 들리었다. 
"그게 내게 상관 있니?" 
"아버지 위해 들었지 누구 위해 들었게요 그럼?" 
초시는 '정말 날 위해 하는 거문 살아서 한푼이라두 다우. 죽은 뒤에 내가 알 게 뭐냐' 소리가 나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

"이 사람 봐아…… 어느 땐 줄 알구 코만 고누……." 
그러나 코고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미닫이를 밀어 젖힌 서참의는 정신이 번쩍 났다. 안초시의 입에는 피, 얼굴은 잿빛이다. 방 안은 움 속처럼 음습한 바람이 휭― 끼친다.

"아니?" 
참의는 우선 미닫이를 닫고 눈을 비비고 초시를 들여다보았다. 안초시는 벌써 아니요, 안초시의 시체일 뿐, 둘러보니 무슨 약병인 듯한 것 하나가 굴러져 있다. 
참의는 한참 만에야 이 일이 슬픈 일인 것을 깨달았다. 
"허!" 
파출소로 갈까 하다 그래도 자식한테 먼저 알려야겠다 하고 말만 듣던 그 안경화 무용연구소를 찾아가서 안경화를 데리고 왔다. 딸이 한참 울고 난 뒤다. 

▲ 치요다화재보험회사(남대문통2정목)

"관청에 어서 알려야지?" 
"아니야요. 앗으세요." 
딸은 펄쩍 뛰었다. 
"앗으라니?" 
"저……." 
"저라니?" 
"제 명예도 좀……." 
하고 그는 애원하였다.


"명예? 안 될 말이지, 명옐 생각하는 사람이 애빌 저 모양으루 세상 떠나게 해?" 
"……" 
안경화는 엎드려 다시 울었다. 그러다가 나가려는 서참의의 다리를 끌어안고 놓지 않았다. 그리고, 
"절 살려 주세요." 
소리를 몇 번이나 거듭하였다. 
"그럼, 비밀은 내가 지킬 테니 나 하자는 대루 할까?" 
"네."

서참의는 다시 앉았다.

"부친 위해 보험 든 거 있지?" 
"네 간이보험이야요." 
"무슨 보험이든…… 얼마나 타게 되누?" 
"사백팔십 원요." 
"부친 위해 들었으니 부친 위해 다 써야지?" 
"그럼요." 
"에헴, 그럼…… 돌아간 이가 늘 속사쓸 입구퍼 했어. 상등 털사쓰를 사다 입히구, 그 우에 진견으로 수의 일습 구색 맞춰 짓게 허구…… 선산이 있나, 묻힐 데가?" 
"웬걸요, 없어요." 
"그럼 공동묘지라도 특등지루 널찍하게 사구…… 장례식을 장―하게 해야 말이지 초라하게 해버리면 내가 그저 안 있을 게야. 알아들어?" 
"네에." 
하고 안경화는 그제야 핸드백을 열고 눈물 젖은 얼굴을 닦았다. (이태준, '복덕방', 1937)

 

**

옆방에 옮아온 장질부사 환자는 연해 앓는 소리와 헛소리를 하고 있었다. 집으로 보내어달라고 소리를 지르고 아주머니 아주머니 하고 목을 놓아 울기도 하였다. 이 젊은 장질부사 환자의 앓는 소리에 자극이 되어서 좀체로 잠이 들지 아니하였다. 내 곁에 누운 간병부는 그 환자에 대하여 내 귀에 대고 이렇게 설명하였다.

“저 사람이 *전 출신이라는데, 지금 스물 일곱 살이래요. 황금정에 가게를 내고 장사를 하다가 그만 밑져서 화재 보험을 타먹을 양으로 불을 놓았다나요, 그래 검사한테 십 년 구형을 받았대요. 십 년 구형을 받고는 법정에서 졸도를 했다고요. 의사의 말이 살기가 어렵다는 걸요. 집엔 부모도 없고, 형수 손에 길리었다고요. 그래서 저렇게 아주머니만 찾아요. 사람은 괜찮은데 어쩌다가 나 모양으로 불 놓을 생각이 났는지.” (이광수, '무명', 1939)

 

**

"그럼 정말 방화하지 않았나?"
"방화라니 생각해 본 적도 없어요. 그 악당이 자기네 집에 불을 지른 것입니다. 듣기론 얼마 전에 보험에 들어 놓았다는 것이에요. 그래놓고는 나와 어머니가 와서 방화를 했다가 얼러대지 않겠어요? 그때 내가 너무나 화가 치밀어서 실컷 욕을 퍼붓고 오기는 했어요. 그러나 방화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불이 났을 때에는 거기 있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걸 놈들은 나와 어머니가 거기 갔을 때 불이 났다고 꾸민 것입니다. 보험금을 타고 싶어서 불을 질러놓고 우리에게 뒤집어 씌운 겁니다." 
"정말인가?"
"정말이구말구요. 하느님께 맹세합니다." 젊은이[메니쇼프]는 마룻바닥에 머리를 대고 절을 하려고 하여 네흘류도프가 간신히 그를 말렸다. (톨스토이, 『부활』, 1899[1982]. 이철 옮김, 범우사. 246)

 

**

... 그때만 해도 한 평에 이삼 원씩이면 살 수가 있었으니 전차에서 내려 이십 분이나 걷기는 하는 데지만 우선은 집 걱정을 면할 오막살이가 묻어있는 이백여 평의 터를 샀고, 그후 부府로 편입이 되고 땅 시세가 오르는 바람에 터전 반을 떼어 팔아 넉넉히 십여 칸 기와집 한 채를 짓게까지 되었다.

'인전 집은 쓰고 앉았으니 먹구 입을 걸……'

현의 아내는 살림에 재미가 나는 듯하였다. 재봉틀 월부를 끝내고, 간이보험을 들고, 유성기도 이웃집에서 샀다는 말을 듣고 그 이튿날로 월부로 맡아오더니, ... (이태준, '토끼 이야기', 1941)

 


이번 대화재로 인하여 받은 화신상회의 손해는 28일 오전 10시까지 판명된 손해는 대개 다음과 같다. 소실된 호수는 1호이고 동수棟數는 3동이라는데 건평수는 동관이 150평, 서관이 120평, 사무실이 50평으로 합계 320평에 달한다고 한다.

서관의 포목, 금은, 약품, 화장품을 장치하여 놓은 1층과 문방구, 수예품을 장치한 2층과 여행구具, 전기구 등을 장치한 3층과 또 동관의 유기鍮器, 서적, 잡화 등을 장치한 3층과, 식당인 4층은 전소하였으며, 사무실은 반소半燒하였다고 한다.
손해는 상품에 약 35만원과 집기 등에 약 10만원으로 합계 45만원에 달한다는데 상품보험은 조선화재, 일본화재, 조일화재朝日火災 등 제회사에 31만 8천원이 들어있으며 또 동관에 6만원, 서관에 3만원의 보험금이 들어있다고 한다. (동아일보, 1935.1.29.)

 

**

대화大火를 만난 까닭에 화신和信서 받은 화재보험금이 어떤 신문에는 45만원이라고 났고 어떤 신문에는 50만원이라고 나서 모두 불일不一하다. 그런데 본사에서 가장 정확한 바를 조사하여 본 결과, 화신和信이라 하여도 그는 동관 5층루樓는 민규식閔奎植씨 소유를 세를 얻어 있는 까닭에 그 건물에 나오는 보험금保險金은 일전일리一錢一厘도 다 칠 수 없고 다만 재고물품在庫物品의 소실로로 그 물화物貨에 붙였던 보험금이 30만원이 있었는데 불을 끄고나서 보니 그 중에 불타다 남은 잔품殘品이 조금 있어서 이러저러한 것까지 모두 계산에 산입하게되매 결국 30만원 중 1할인 3만원을 감減하고 27만원을 받았다 한다. ('삼천리 기밀실', 『삼천리』, 19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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