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이러는 동안에도 때는 흘러갔다. 호열자[콜레라]니. 장질부사[장티푸스]니 유행성 감모感冒[감기]니, 이러한 것들로 하여, 큰 야단 법석들을 하는 일도 없이 지나간 서울 거리에 서리가 왔다. 눈이 왔다. 눈과 함께 겨울이 왔다. 그리고 겨울과 함께 나의 생일이 왔던 것이다. (박태원, '수염', 1930) ** “그래, 농촌 재미가 어떠세요?” 하고 현은 일부러 좌석을 유쾌하게 하려고 하는 듯이, “난 도무지 시골생활은 몰라. 석왕사 한 이 주일 가본 일이 있나. 제일 불편한 게 전등 없는 게야. 안 그래요?” 하고 말을 시킨다. “왜 석왕사는 전등이 없소? 있다우.” 하고 정선도 기운을 얻어 말대꾸를 한다. “모두 불편하지요.” 하고 숭도 유쾌하게, “도회에는 편리하도록 편리한 것을 다 만들어 놓았지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