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눈깔 아저씨, 우리 이사한 담에 언제 왔수. 바루 저 골목 안이야. 같이 가아, 응. 가 보고도 싶었다. 그러나 역시 시간을 생각하고, 벗을 놓칠 것을 염려하고, 그는 이내 그것을 단념하는 수밖에 없었다. 어찌할꾸. 구보는 저편에 수박 실은 구루마를 발견하였다. 너희들, 배탈 안났니. 아아니, 왜 그러우. 구보는 두 아이에게 수박을 한 개씩 사서 들려주고, 어머니 갖다 드리구 나눠줍쇼. 그래라.그리고 덧붙여, 쌈 말구 똑같이들 나눠야 한다. 생각난듯이 큰 아이가 보고하였다. 지난 번에 필운이 아저씨가 바나나를 사왔는데, 누나는 배탈이 나서 먹지를 못했죠, 그래 막까시를 올렸드니만... 구보는 그 말괄량이 소녀의, 거의 올가망이 된 얼굴을 눈앞에 그려보고 빙그레 웃었다. (박태원, '소설가구보씨의 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