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케와 나미다카 다메이키카 酒は淚か 溜息か
어제다. 문안에 들어갔다 늦어서 나오는데 불빛 없는 성북동 길 위에는 밝은 달빛이 깁을 깐 듯하였다. 그런데 포도원께를 올라오노라니까 누가 맑지도 못한 목청으로, “사......케......와 나......미다키 다메이......키......카......” 를 부르며 큰 길이 좁다는 듯이 휘적거리며 내려왔다. 보니까 수건이 같았다. 나는, “수건인가?” 하고 아는 체 하려다 그가 나를 보면 무안해할 일이 있는 것을 생각하고, 획 길 아래로 내려서 나무 그 늘에 몸을 감추었다. 그는 길은 보지도 않고 달만 쳐다보며, 노래는 이 이상은 외우지도 못하는 듯 첫 줄 한 줄만 되풀이하 면서 전에는 본 적이 없었는데 담대를 다 퍽퍽 빨면서 지나갔다. 달밤은 그에게도 유감한 듯하였다. (이태준, '달밤', 1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