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화 - 다시 네거리에서
지금도 거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맞고 보내며, 전차도 자동차도 이루 어디를 가고 어디서 오는지, 심히 분주하다. 네거리 복판엔 문명의 신식 기계가 붉고 푸른 예전 깃발 대신에 이리 저리 고개를 돌린다. 스텁―주의注意―꼬― 사람, 차, 동물이 똑 기예敎鍊 배우듯 한다. 거리엔 이것밖에 변함이 없는가? 낯선 건물들이 보신각을 저 위에서 굽어본다. 옛날의 점잔은 간판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그다지도 몹시 바람은 거리를 씻어 갔는가? 붉고 푸른 네온이 지렁이처럼, 지붕 위 벽돌담에 기고 있구나. 오오, 그리운 내 고향의 거리여! 여기는 종로 네거리, 나는 왔다, 멀리 낙산駱山 밑 오막살이를 나와 오직 네가 네가 보고 싶은 마음에…… 넓은 길이여, 단정한 집들이여! 높은 하늘 그 밑을 오고가는 허구한 내 행인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