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조] 매약행상賣藥行商 최주사의 일일
"오늘은 제법 겨울날인걸…… 그래 최주사도 오늘은 쉬시는군." 하고 약방 안에 초연히 앉아 담배만 태우고 있는 노인에게 누가 인사라도 한다면 노인은 하잘수없는 웃음을 한번 웃고 그리고 말이다. "흥! 술만 생긴다면야, 약만 팔린다면이야, 엄동설한엔들 왜 내가 이러구 앉었겠수? 흥! 참 기맥히지. 전에 한참 무엇 할 때는 눈이 퍼붓는데두 고개 넘어 홍지원으루, 녹번이 고개루, 구파발루 한바탕 돌아 왔었지만……." "오늘두 한번 나가 보시죠. 사람 일이란 누가 압니까?" "여보, 누가 알긴, 내가 알지. 막걸리 한잔 못 사먹고 헷걸음만 칠건 뻔한 노릇이지 누가 언제 날더러 오란답디까? 흥!" 그리고 다음은 혼자말로, "어제는 고개[무악재인 듯] 너머를 갔었으니 내일은 동막으루 해서 양화도[楊花渡 ]루 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