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돕만주
첫겨울 추운 밤은 고요히 깊어 간다. 뒷뜰 창 바깥에 지나가는 사람 소리도 끊어지고, 이따금 찬바람 부는 소리가 ‘휙-우수수’ 하고 바깥의 춥고 쓸쓸한 것을 알리면서 사람을 위협하는 듯하다. “만주노 호야 호오야.” 길게 그리고도 힘없이 외치는 소리가 보지 않아도 추워서 수그리고 웅크리고 가는 듯한 사람이 몹시 처량하고 가엾어 보인다. (전영택, '화수분', 1925) ** 송빈이는 먼저 영신환靈神丸 장사를 해 보았다. 학교에서 나오는 길로 저녁때까지 공원과 정거장과 음식점으로 다니며 팔면, 잘 팔리는 날은 하루 열봉은 팔았다. 열봉이면 삼십 전이 남는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잘하면 일이원의 이익을 보는 수도 있었다. 그러나 고학생은 한둘이 아니었다. '고학생 갈돕회'라는 것이 생겼는데 거기 회원만도 ..